







[ 이름 ]
노엘 르무완 / Noël Lemoyne / Noel Lemoine
[ 과거 ]
그는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고, 그와 외모가 비슷한 형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둘은 나란히 피아노를 배웠지만 형은 유독 월등했다.
그도 피아노를 못 치는 건 아니었으나, 그의 형에 비하면 빛을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소위 말하는 '천재'가 그의 형이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는 그의 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게 되었다. 하지만 형은 타고나길 몸이 약했고, 결국 무리한 연습을 하다 바닥으로 고꾸라져 쓰러지고 말았다. 이후로 다시 깨어났을 때는 거동조차 힘든 상황이 되었다. 집안에서 식물처럼 누워만 있다가, 약간 기운을 차리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본인의 방에 있는 피아노에 앉는다. 그리고 연주를 하는 것이 그의 형의 일과였다. 그의 형은 가족들
이외에는 누구와도 말을 섞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그리고 타인을 만나는 것조차 피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형의 재능을 아까워했다. 내성적인 편인 그의 형이 탤런트성이 희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한 가지
방법을 택하게 되는데, 코다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말을 잘 듣는 아들이었던 그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전부 따랐다. 그는 옆에서
형의 모든 걸 배우게 되었다. 정확히는 카피하게 되었다. 악보를 읽는 법이나 코드를 이해하는 법, 손가락이 건반을 넘나드는 법과
누르는 세기, 세세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전부를 따라했다. 비록 원본만은 못하다고 해도, 워낙 그의 형이 훌륭한 탓에 그가 형을
흉내낸 연주는 수준급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그래서 이와 같이 활동을 하면서 유명해졌고, 초세계급 칭호를 받게까지 된 것이다.
문제는 그가 쉘터에 들어오고 나서 벌어졌다. 쉘터에는 오직 본인만이 입장이 가능했고 같이 살던 그의 형과는 자연스레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쉘터 밖으로 나갔다 오는 것이 가능하긴 했지만, 주변에서 혹여나 의심을 할까 걱정이 되었다. 결국은 되도록 그 빈도를
줄이게 되었다. 형의 연주를 지켜보고 따라할 수 있는 시간은 같이 살던 시절보다 엄청나게 감소했다. 그건 그의 연주에 그대로 반영이 되었다. 쉘터에 들어오고 나서 점차 그의 연주가 이전만 못하다는 혹평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는 슬럼프라는 명목을 내세워서 모든 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게 되었다.
그는 형을 여지껏 베끼듯 따라해온 게 혹여나 들킬까봐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차근차근 쌓아왔던 위치와
경력들이 한순간에 무너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대한 그걸 내색하지 않기 위해, 부러 겉으로 더욱 활발한 분위기를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의 형에게 전혀 죄책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게 잘못된 일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워낙 오래 전부터 답습을 해왔기도
했고, 형에게 특별한 애정이나 친밀감을 느끼지 않아서이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형은 쓰임새가 훌륭한 도구 정도이다.
[ 기타 ]
코다(CODA), 연주의 끝을 뜻한다. 악곡과 악장의 종결 부분으로서 이미 표현된 관념을 확대해 작품의 충분한 결말을 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기호를 만나면 그들에 의해 연주를 반복하게 되는데 또 다시 코다(CODA)가 등장하면 그곳으로 건너뛰게 된다. 즉, 코다와 코다 사이는 연주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가 본명 대신 직접 정한 명칭이며, 스스로의 삶이 대부분 공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여
겨서이다. 형을 따라하는 것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으니, 자기가 주체적으로 이루어낸 것은 거의 없다고 느낀다.
이마에 있는 ++ 모양의 문신은 그의 어머니가 아주 어렸을 적에 새기게 한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인 그의 형과 그를 쉽게 구별하기
위한 표식이었다.
[ 소지품 ]
